[장편] 체크메이트

" 꽤 너덜너덜해졌네 " " 넌 뭔데 여기 있어! " 투닥거리며 떠드는 소리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샐리의 눈을 찔렀다. 저승이 원래 이렇게 시끄러웠나 싶었던 샐리는 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추억을 회상하라는 듯이 평소에 듣던 익숙한 시끄러움이 들렸다. 앞은 여전히 깜깜했지만, 머릿속으로는 대충 이미지가 그려졌다....

" 샐.. ㄹ! " " 어..? 심연? " " 샐리! 눈 좀 떠봐 " 흐릿한 눈앞에 심연이의 모습이 비치는 것 같았다. 잔뜩 슬픈 얼굴을 한 심연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고, 확실하게 떠진 눈앞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처음 보는 기계와 선반에 놓인 투명한 상자 안에는 보석이 담겨 있었다. 눈 떠보니 갑작스럽게 변한 모든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차갑게 느껴지는 병실에는 짙은 알코올 냄새와 낯선 기계음이 들려왔다. 원래라면 올 일 없는 곳이었지만, 그날 샐리가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바람에 이곳에 오게 되었다. 감겨있는 샐리의 눈을 보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는 심연이었다. 보니를 데리고 나왔더니 샐리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식은땀을 잔뜩 흘리던 샐리를 정신없이 안고 달려온 곳이 여기였다. ...

" 어이! 샐리! 일어나 " 무언가 자기 위에서 콩콩 뛰는 감각에 샐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눈만 떴을 뿐 몸은 여전히 나른했다. 눈을 겨우 움직여서 겨우 본 것은 덮고 있던 이불 위에서 콩콩 뛰고 있는 보니였다. 안 보이는 심연을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릴 때였다. " 그 퍼랭이 찾는 거라면 걔는 안 왔어. " " 뭐..? 왜.. 어디 가서 사...

" 샐리, 일어나! " " 그렇게 해서 일어나겠냐, 이렇게 온몸으로 내려찍어야 일어나짉..! " 시끄러운 소리의 끝에는 장난감이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며칠 전이라면 이런 시끄러운 소리에 잔뜩 놀랐겠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샐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저주한테 몸을 뺏긴 날 심연은 다정하다 못해 샐리한테 떨어지지 않았다. 끈질기게 달라붙더니 이제...

가만히 지켜만 보던 저주가 드디어 본색을 들어내는 건가 싶던 심연은 긴장하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계도 무안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작게 중얼거린 심연은 몸을 살짝 숙여 인형이 뭐 하는지 유심히 보던 그때였다. " 잠깐.. 너 그거! " 흠칫 놀라는 심연은 토끼 인형이 총을 잡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권총이 샐리의 것이고...

" 여긴가.. " 심연은 빠르게 날아온 탓에 느슨해진 붕대를 밑으로 내리며 앞에 있는 낡은 저택을 봤다. 산 중턱에 놓인 것만 봐도 이 저택은 버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담력훈련이 아닌 이상 들어갈 일 없는 저택이었지만, 심연한테는 담력훈련이 아니더라도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옅게 남아있는 샐리의 흔적을 쫓아가다 마지막으로 흔적이 끊긴 곳이 이곳이었...

" 하~ 상쾌하네 " 샐리는 어제와는 달리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왠지 오늘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 느낌이 틀리지 않기를 바랬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본부에 들어와 지하 수감실로 내려가던 샐리는 수감실과 가까워질수록 어딘가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수감실은 조용할 텐데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소란스럽지? 무언가 잘...

" 이거 너무 답답한데.. " " 어쩔 수 없어. 네 눈은 위험하니까 " 심연은 툴툴거리며 눈을 감싸고 있는 붕대를 가리켰다. 그래도 모든 눈은 가린 게 아니었고, 얼굴에 있는 눈만 가렸을 뿐이었다. 심연은 임무에 동행하기로 결정 난 날에 새로운 복장을 지급받았다. 구속복이어도 문제없었을 것 같지만, 심연이 강력하게 요구한 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

언제부터인지 원인 모를 행방불명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단순 납치 사건이 아닌 동시에 사라진 기묘한 사건이었다. 실종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대규모 수색을 했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마치 이 세상에 없다는 듯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람들은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괴물과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거나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